목표가 있는 일상/드라마 영화 리뷰

가족들과 보기 좋은, 재미와 감동이 있는 인도 영화 추천

iliss 2020. 5. 2. 18:00

나의 부모님은 인도 영화를 좋아한다. 인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춤'과 '노래'가 있어서 흥이 나고 가족들과 보기에 부적절한 장면도 안나와서일까. 물어보니 엄마는 "잔인한 장면이 없어서 좋아."라고 했고 아빠는 "재밌잖아."라고 했다.

 

우리 가족이 재미있게 본 인도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제는 입시교육비판부터 신에 대한 풍자까지 다양하다.

 

1. 세얼간이(3 idiots)

 출처: 네이버 영화/IMDb

 이 영화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추석이든 설날이든 지상파에서도 여러 번 볼 수 있던 영화. 우리 가족도 이 영화는 세 번 이상 봤다. 세 번을 봐도 질리지 않던 영화!

 

 포스터에 나온대로 일류 명문대 천채 공학도라 불리는 라주(셔먼 조쉬), 란초(아미르 칸), 파르한(마드하반)의 대학생 시절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세 얼간이 란초, 라주, 파르한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의 틀에서 벗어나 행동하여 얼간이라고 불린다. 얼간이들의 왕은 란초. 부잣집 아들에 공부도 잘해서 전교 1등을 하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나머지 친구들에게 너희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며 말도 안되는 일을 다 벌인다. 하지만 라주는 가난한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다. 자신의 노력에 의심을 품고 미신에만 의존하는 데다가 성공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파르한은 사진을 찍고 싶어 하지만 집에서는 강제로 공대에 보내 엔지니어가 되길 바란다. 하고 싶은 일은 하지도 못하고, 학교에서는 꼴찌를 달리니 답답해 죽겠다. 이런 두 사람에게 엄친아와 다름없는 란초는 "너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니 그런거다."라며 "하고 싶은 일을 해라"라는 말을 하는데 이게 쉬울 리가 있나. 전교1등에 상류층 가문인 너처럼 쉬웠으면 진작 사진작가 한다고 부모님을 설득했거나, 미신 따위 믿지 않고 노력을 했겠지.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얘기만 하는 것 같아서 란초와 멀어질 뻔-했는데 결국 란초를 좋아하게 된다. 끊임없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친구인데 버릴 수가 있을까. 그런데 그런 란초를 졸업 이후로 만날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 뒤는 영화로 확인하자.

 

 감독은 사고를 치는(시험지도 훔치고 부모님의 만족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자살시도를 하는)세 얼간이들의 행동을 통해 입시 위주의 교육을 비꼼과 동시에 "지금 하고 싶어 하던 것을 하고 있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웃을 수 있는 장면도 많지만 마냥 웃으면서 볼만큼 가벼운 내용을 담진 않았다. 무거울 법한 내용을 인도 영화 특유의 춤, 노래와 함께 재밌게 잘 풀어나간 영화다. 

 

 

2. 당갈(Dangal)

출처: 네이버 영화/IMDb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세 얼간이;에서 란초 역을 맡았던 아미르 칸이 또 등장한다.(추천하는 인도 영화 5편 중에서 3편의 영화에 아미르 칸이 나온다.) 이번에는 전직 레슬링 선수이자 딸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치는 아빠 '마하비르 싱 포갓' 역할을 맡았다. 

 

'마하비르 싱 포갓'은 금메달을 따지 못한 채 레슬링을 포기하게 된 아쉬움에 아들을 낳아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을 한다. 아들이 아닌 딸만 넷이 태어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꿈이 좌절-되나 싶었는데 어느 날 딸이 남자 애들과 싸워서 이긴 모습을 본다. 좌절되었던 그의 꿈이 다시 살아난다....!

 

두 딸의 머리를 짧게 깎아버리고 레슬링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시킨다. 그렇게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아빠의 꿈 때문에 강제로 레슬링 특훈을 하게 된 첫째 '기타' 둘째 '바비타'는 불만이 넘쳐난다. 길던 머리카락도 짧게 잘렸지 마음대로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지.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결혼식에 간 둘은 자신의 삶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인도에서 여성의 인권은 어디쯤에 있을지 상상해보시길 바란다. 어린 나이부터 집안일을 잘해야 한다며 교육을 받는 친구들. 결혼식장에서 혼기가 되었다는 이유로(14살)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하게 되어 우울해하는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마침내 기타와 바비타는 본인들이 대부분의 인도 여성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아빠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여자애들이 무슨 레슬링이냐."는 사람들의 조롱은 무시하고 자기들의 길을 가는 아빠와 두 딸. 마침내 첫째 '기타' 둘째 '바비타'는 국가대표 레슬러로 우뚝 선다.

 

 그 과정을 통해 기타와 바비타는 강압적이었던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 '마하비르 싱 포갓'도 대단한게 초반에는 레슬링을 그만둔 육중한 몸의 아빠로 나왔는데 딸들과 훈련을 같이 하며 후반부에선 날렵해진 모습이다. 본인의 믿음과 딸들의 가능성만을 믿고 두 딸을 멋진 레슬러로 성장시킨(같이 성장 한) 멋있는 아빠다.

 

비록 원치 않는 운동을 강요한 것은 아쉽지만 인도 사회 문화에 빗대어보면 그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세 시간 정도 되는 긴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엄청 지루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딸 중 한 명이 선수촌에 들어가서 슬럼프를 겪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떡해 어떡해!'라며 손에 땀을 쥔 영화. 실화 바탕이라고 해서 더 감동적이었다.

 

 참고로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3. 행복까지 30일(Kaakkaa Muttai, The Crow's Egg)

출처: 네이버 영화/wikipedia

 한국판 영화 포스터와 제목만 보면 엄청 밝은 영화 같은다. 외국판을 보면 밝은 배경도 아니다. 실제로는 우측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포스터에서 해맑게 웃으면서 뛰는 남자 아이 둘은 형제다. 영화를 보면서 이름을 못들었다. 같이 영화를 본 우리 가족 모두 애들의 이름을 모른다. 이름이 아예 언급되지 않은 것 같은 이 형제는 동네 애들 사이에서 '큰 까마귀 알', '작은 까마귀 알'로 불린다. 아빠는 이유 모를 죄명으로 감옥에 있고 엄마와 할머니와 쓰러질 듯한 집에서 살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인지 애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까마귀의 알을 훔쳐서 먹는다. 그래서 까마귀 알 형제로 불리고 있고. 

 

아직 사회를 알지 못하는 어린 나이라 형제는 왜 엄마나 할머니가 자기들이 원하는 장난감도, TV도 못 사주는지 모른다. 인도 정부에서 가난한 가정을 대상으로 물품을 나눠주는데 그 둘은 애들이 원하던 TV를 받아왔다. 애들은 행복해하며 TV를 보다가 피자광고를 보게 된다. 피자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이 애들은 피자가 너무 먹고 싶다. 전단지를 통해 피자가 300루피인 것도 알았다. 애들은 엄마한테 가져다 주던 노동비(기차에서 떨어진 석탄을 주워다 판 돈 등)를 가져다주지 않고 차곡차곡 모은다. 하루 10루피씩 30일을 모으면 먹을 수 있는 그 피자. 배달부가 몰고 가던 피자에서 맡았던 그 냄새- 꼭 먹자며 열심히 일을 한다.

 

 겨우겨우 300루피를 모은 아이들. 돈만 모으면 피자를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피자집 앞에서 경비원에게 빈민촌 아이라며 쫓겨난다. 애들은 피자를 먹을 수 있을까.

 

 인도의 빈민촌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세얼간이의 라주네 집도 무너질 것 같았는데 이 형제의 집도 만만치 않더라. 영화를 통해 빈민촌 뿐 아니라 빈민가의 아이들의 생활과 그들이 받는 차별을 알 수 있었다. 전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조금씩 다른 정도로 존재하는 차별과 빈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만이 생각난다. 

 

 

 

4.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PK)

출처: 네이버 영화/pinterest

 이쯤되면 다들 아시겠죠? 네, 아미르 칸이죠. 이번에는 외계인으로 나왔습니다. 상류층 아들, 레슬링 가르치는 아빠 이젠 외계인. PK는 Peekay라는 단어의 약자로 힌디어로 '취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옷을 홀딱 벗은 채로 지구에 떨어진 '피케이'. 벨기에에서 종교 문제(힌두교를 믿는 자구와 이슬람을 믿는 파키스탄 남친)로 사랑하던 남자와 헤어지고 인도로 돌아와 리포터가 된 '자구'(아누쉬카 샤르마).

 

 PK는 집으로 돌아가려면 푸른빛의 목걸이가 필요한데 도둑맞았다. 자기 펜던트를 찾는데 사람들은 다들 '신'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자구는 너무 뻔한 기사거리에 흥미를 잃었는데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신을 찾습니다(missing GOD)'가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는 PK를 본다. 자구는 그의 그런 행동을 신기하게 보다가 그가 위기에 빠졌을 때 위기에서 구출해준다. 그렇게 그와 시간을 보내는 자구. 그리고 PK는 최선을 다해 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힌두교, 시크교, 기독교, 이슬람교.....아무리 빌고 빌어도 어떤 '신'도 그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구의 아버지가 신뢰하는 힌두교 사제 '타파스비'가 PK의 목걸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자구는 (외계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PK의 이야기를 믿게되고 그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한다. 그를 자신의 방송에 출연시켜서 사람들에게 가짜 신을 빌미로 선동하는 교주들을 향한 비판을 하게 한다. 그렇게 잘못된 믿음을 심는 엉터리 교주들에게 사람들은 'wrong number'라고 외친다. 마침내 자신의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타파스비'와 토론을 하게 된 PK. PK는 토론을 통해 잘못된 신을 믿으면서 또는 저마다 믿고 싶은 대로 신을 믿으며 서로에 대한 오해를 쌓아가는 사람들에게 크게 한 방 먹인다. 자구와 살프라즈가 헤어지게 된 것 역시 자구는 아니라 믿고 싶어도 어려서부터 들어온 인종 및 종교에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인도에 떨어진 PK라는 외계인을 통해서 '신'에 대한 질문을 하는 영화이다. 종교가 다양한 인도에서, 그리고 파키스탄과의 갈등이 있다고 알려진 인도에서 이런 종교적인 영화를 풍자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냈다니! 무교인 나는 박수를 치면서 봤는데 종교인들은 모르겠네. 여기서 PK는 이야기 한다. 신은 두 종류라고. 인간을 창조한 신 그리고 인간들이 만들어 낸 신. 본인들의 신만을 믿으며 다른 신을 믿는다고 갈등을 야기하고 싸움, 학살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에게 묻는다.(우리나라의 경우 종교테러는 없지만 외국의 경우 극단적인 경우 종교 갈등으로 테러가 일어나기도 하니까) 이게 여러분이 믿는 신이 원하는 거냐고.

 

 외계인의 시선을 통해 풍자되는'신'에 대한 이야기. PK(주정뱅이)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생각과 행동 덕에 웃으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다. 

 

 

 

5. 굿모닝 맨하탄(English Vinglish)

출처: 네이버 영화/media dixit world

 포스터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 엄마의 도전을 담은 영화다. 인도의 부유한 가정, 엄마를 제외한 구성원들이 모두 영어를 한다. 샤시는 요리하는 것, 특히 라두라는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한다. 음식을 즐겁게 만들고 사람들이 본인의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걸 보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남편은 '라두'나 만드는 여자라고 무시한다. 딸은 아빠를 보고 배웠는지 '영어도 못하면서'라며 학교에 찾아온 엄마가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하지 않는 것을 보고 부끄러워 하고 무시하곤 한다. 그렇다보니 샤시는 자연스레 자존감이 낮아졌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샤시는 미국에 사는 언니 딸의 결혼식을 도우러 미국에 가게 된다. 길을 걷다 한 카페에 갔다가 사건이 벌어지고 그 일을 계기로 샤시는 어학원에 등록한다. 가족들 몰래 어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영어를 배우면서 생기는 일을 보여준다.

 

 샤시는 샤시대로 학원도 다니고 친구들과 만나며 미국 문화를 접하며 일상을 보낸다. 마침내 조카의 결혼식 날 샤시는 그동안의 일들을 통해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영어' 결혼식 축사를 한다. 긴 영어 문장을 만들어내는 샤시를 보며 가족들은 놀란다. 그리고 그 내용을 듣고 그녀에게 했던 잘못에 대한 반성을 한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의 영어 두려움증 극복기 같지만 단순 노동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어떻게 인정받는지,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한 사람의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가족의 고통을 안아주는 법, 내 행복을 찾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가족들 사이에서 눌려있고 소극적이던 샤시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인 스리데비는 18년도 2월에 갑작스레 사망했다. 그녀의 유작인 '맘'이라는 영화도 시간나면 보고나서 후기 올려야겠다.


내가 가족들과 본 인도영화 다섯 편을 추천해본다. 런치박스(The Lunchbox), 내 이름은 칸(My Name Is Khan), 첸나이익스프레스(Chennai Express) 등도 보면 괜찮은데 위의 다섯 편이 웃음 요소도 더 많고 내용이 어렵지 않다. 인도 영화의 특유의 춤과 노래 그리고 가벼운 유머?를 담은 첸나이 익스프레스도 괜찮은데 스토리가 좀....ㅎㅎㅎㅎ아빠도 그건 별 내용은 없었다-고 하셨다. 

 

가족들과 보기에 전혀 문제 없다. 성적인 장면이라거나 잔혹한 장면은 없다. 인도 문화 특성상 카스트 제도와 관련된 차별이나 가정 내에서 여성의 인권 등이 조금 보기 싫을 수는 있지만 다들 이러한 시기를 거쳐서 조금 더 나아지는 거라고 본다. 그러니까 위의 영화 추천, 추천!